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www.cfpa.or.kr)

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71779


"휴대폰을 제출해 주시죠." 

주연 씨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카톡 방에 올라온 유명인에 대한 '찌라시' 문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어진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소문의 주인공이 A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주연 씨는 A에게 관심이 많던 친구에게 '찌라시' 문자를 전달하면서 그 유명인이 A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친구가 '정말이냐?'고 묻기에 지인들 카톡 방에서 봤다고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자신에 대한 최근 소문은 악성 루머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본 주연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연 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난생처음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휴대폰을 확인해야 한다며 일단 휴대폰을 제출해 달라고 합니다. 주연 씨는 그래야 하나 보다 하고 휴대폰을 건네려는데, 불현듯 걱정이 되었습니다. 휴대폰에는 주연 씨의 실패한 셀카, 남자 친구와 촬영한 사진, 금융 거래를 위한 비밀번호 메모 등이 있었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카톡 방에서 친구들과 경찰 험담을 나눈 기록도 남아 있었습니다. 주연 씨는 어쩐지 경찰에게 넘기는 게 꺼림칙했습니다. 주연 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장이 필요한 강제 수사  

경찰의 수사는 임의 수사와 강제 수사로 나뉩니다. 상대방의 동의와 협조를 받을 수 있다면 임의 수사로 진행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경찰은 압수 수색, 체포, 구속과 같은 강제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강제 처분에는 법관의 영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 헌법은 수사 기관의 불가피한 강제 처분을 허용하되 강제 처분 상대방의 인권 보호를 위한 영장주의를 택하고 있어, 수사 기관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강제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수사 기관이 휴대폰을 가져가는 것은 '압수'이고 가져간 휴대폰의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은 '수색'으로, 이러한 '압수 수색'은 물건 등에 대한 강제 처분의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주연 씨가 '임의로' 휴대폰을 제출한다면 모를까, 주연 씨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경찰은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 원본을 제시한 뒤에 주연 씨의 휴대폰을 제출받아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압수 수색 시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됨  

주연 씨는 혹시라도 하는 생각에, 경찰에게 휴대폰을 줄 수 없다고 하고 조사를 받았습니다. 아무 일도 없이 조사가 끝나 다행이었지만 뭔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경찰은 다시 주연 씨를 조사한다며 경찰서로 불렀고 이날은 압수 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휴대폰을 압수했습니다. 영장까지 발부받아 왔으니, 이제 경찰은 주연 씨의 휴대폰을 가져가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휴대폰 압수 수색 영장은 휴대폰 자체를 압수한다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안에 저장된 범죄 혐의와 관련한 정보'를 압수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주연 씨는 압수 수색 영장을 읽어 보고, 영장에 적힌 범죄 혐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하고, 경찰이 영장에서 압수 수색을 허용한 내용과 관련한 정보만을 가져갈 수 있도록 협조하면 됩니다.  

다만 주연 씨가 휴대폰 기록을 삭제한 흔적이 있다면, 경찰은 휴대폰 복구를 위해 디지털포렌식이 가능한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휴대폰을 보내는데, 주연 씨는 이후 진행될 휴대폰 수색 과정에도 참여하여 경찰이 수사 관련 정보만 압수하는지, 혐의와 무관한 것을 삭제·폐기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과정에 전부 참여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민감한 정보가 다수 담긴 매체가 압수된 경우라면 당사자의 참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경찰이 디지털 증거를 수집할 때 수사 편의를 위해 수사와 관련이 없는 다른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었는데, 경찰위원회는 최근 '디지털 증거 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여 피압수자의 참여권 보장 등을 명시한바, 당사자의 참여권이 잘 보장되는지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주연 씨는 수사 결과 소문의 주인공이 A라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확인될 경우 허위 사실의 최초 유포자로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혐의가 있다고 해서 경찰이 마음대로 피의자의 개인 정보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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